내밀한 관찰, 마음 크로키 > 로컬리지 | 매거진 인 iiin by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Artist
내밀한 관찰, 마음 크로키
일러스트레이터 홍시야
2018.08.09

본문

내밀한 관찰, 마음 크로키

일러스트레이터 홍시야

 

홍시야는 매일 일기 쓰듯 명상하듯 그림을 그린다. 지난해 서울을 떠나 제주로 집을 옮긴 후 그녀의 그림은 더 큰 캔버스 위에 그려졌고, 그림 속 요소 역시 자유분방해졌다. ‘제주, 바라보다’ 연작 중 ‘돌’을 보면 크고 작은 바윗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그 돌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띤다. 그녀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보이는 것이 늘어간다.

글 최정순 / 사진 이성근  

 

start.jpg

 

 


홍시야9.PNG 

 


 

line.jpg

 

 

 

꿈속의 한 장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천연덕스러운 형태나 순진무구한 색감을 봤을 때 이런 말간 꿈을 꾸고 싶었다. 홍시야는 무엇을 그리고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등의 구상이나 스케치 없이 작업한다. 마음이 차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붓을 쥐고 도화지를 채운다. 마음속에 스쳐 가는 것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그림이 된다. 작업대에 놓인 ‘둘리파스’를 하나 집으니 나도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의기가 솟는다. 천진하고 생기 가득한 홍시야의 그림은 신통한 데가 있다.

 

 

홍시야2.PNG

 

 

 

그녀는 1년 전 시작한 제주 생활은 물론이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것으로 즉흥성이라는 기질을 꼽는다. 몇 해 전 우연히 바다 한가운데서 밥을 먹던 중에 발아래를 보니 뱀이 우글우글한 뱀섬이더라는, 기묘한 꿈에서 깨고 보니 뱀섬이 꼭 제주도 같았다는 홍시야는 그 길로 제주행을 결심했다. 뜻이 아니면 길도 열리지 않으리라고 무던히 생각하며 제주에서 한 달가량 지내다 작업실을 겸한 집을 얻었다. 더군다나 제주 동녘 와산리는 그녀가 좋아하는 초록이 무성한 숲과 오름이 지천에 펼쳐진 동네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멀쩡히 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제주에서 살기로 작정한 아내 덕에 한달음에 사표를 냈다. 그때 그녀는 남편에게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일을 찾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건넸다.

 

 

 

홍시야3.PNG

 

 

 

워낙 자연을 좋아해 서울에 살 때도 인왕산이나 북한산 등 주로 산자락에 터를 잡았다. 고요하고 내밀한 산의 곁을 따라 걷고 명상해온 그녀는 생각과 감정, 감각을 종이에 옮겼다. 산과 숲을 좇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자신의 마음으로 향하는 길을 만났다. 경이로운 삶의 풍경부터 가슴속 힘겨운 감정을 마주하는 일까지, 지난 시간은 내면을 걷는 여정이었다. 마음이 쉴 수 있는 집을 바라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하루에 한 채의 집을 도화지 위에 짓기로 했다. 매일 기도하듯 수행하듯 도화지에 집 한 채를 그렸다. 100일이 지나 100채의 집이 모였을 때 드로잉 에세이 <그곳에 집을 짓다>가 출간되었다.

 

 

홍시야4.PNG

홍시야, 숲으로, 29.7×21cm, 혼합매체, 2015

 

홍시야5.PNG

홍시야, 제주,바라보다 #바다3, 29.7×21cm, 혼합매체, 2016

 

 

 

홍시야에게 집을 그리는 일은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끄집어낸 감정 표현 방법이었다. 집 모양이 뚜렷하던 작업 초기와 달리 이제는 집을 그린 그림이라도 형태가 없는 것일 때도 있다. 집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까닭이다. “언제든 비우고 다시 채워질 ○의 집. 매일매일 당신이 머무르는 집. 누군가의 몸이기도 어떤 하루이기도 또 작은 소망이기도 한 바로 그 집”은 건물이 아닌 우주나 토끼 등 전혀 다른 것으로 등장한다. 또 화분을 그린 그림에선 열매에 각자 표정을 부여했다. “사람들은 열매가 달린 화분을 볼 때 화분 하나로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저는 거기에 속한 구성 요소들, 작은 열매에조차 생명이 있다고 믿어요. 엄연히 살아 있고, 마음과 감정이 담겨 있으니 상하지 않게 잘 다루면서 함께 살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홍시야6.PNG

 

 

 

 

홍시야7.PNG

 

홍시야, 거기 그곳, 21×29.7cm, 혼합매체, 2015

 

 

line.jpg

 

 

 

INTERVIEW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홍시야입니다. 개인 작업 외에 동화책에 그림도 그리고, 컬래버레이션 요청이 오면 같이 작업하기도 해요. 요즘은 종달리 ‘소심한 책방’에서 소규모 전시를 하고 있어요.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저는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작업을 하고, 밤에는 거의 작업하지 않아요. 어떤 이유 때문이라기보다 햇빛이 있을 때 작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늘 그래 왔거든요. 요가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다음에 작업실에 앉아요. 마음이 차오를 때를 기다렸다가 그림을 그리는 편이에요. 제가 사는 곳이 중산간 지역인데, 밤에 별 보기에 참 좋아요. 또 제주 막걸리도 마셔야 하고요.

 

선호하는 재료가 있나요.

그림 그린다고 하면 스케치북은 뭘 쓰는지, 물감이나 크레용은 어떤 제품을 쓰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제가 둘리파스나 티티파스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쓰던 거라 손에 착 붙고 색도 정말 잘 나와요. 저는 크레용이 없으면 그림 못그린다고 할 정도로 이 재료를 좋아해요.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제주의 숲, 오름, 바다 등 주변의 모든 자연환경이지요. 숲길 산책을 가장 좋아하고 즐겨요. 숲길을 걷다 보면 어슬렁거리는 말이나 개를 만나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산책할 때마다 동물 친구들이 그렇게 저를 따르더라고요. 둘레길을 크게 슥 돌 때 옆을 보면 아까 본 강아지가 졸졸 쫓아와요. 제가 동물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제주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사랑하는 자연이 풍요로운 곳이지요. 즉흥적으로 제주행을 결심한 것과 마찬가지로 저는 언제라도 다시 옮겨 갈 수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그렇고 그림도 달라지겠지요. 제주에 있는 동안은 이곳을 충만하게 보고 느끼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가족과 함께 일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결국 남편과 일하게 되었네요. ‘홍단조’라는 이름의 아트 상품 브랜드를 만들었고, 가장 먼저 제주를 그린 그림을 엽서에 담았어요. 그림을 특정한 사람만 소유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고 공유했으면 해요. 또 요즘 페이스북에서 ‘홍시야의 마음 크로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역시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좀 더 살 만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홍시야8.PNG

 

 

 

 

 

end.jpg

 

 

 

<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7 여름호 

 

 

 

 

이런 제품과 기사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