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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루시드폴 인터뷰
2018.03.22

본문

다시 이렇게 노래를 부르러 그대 앞에 왔죠.

     

‘안녕,’ 그가 말했다. 2년 전 ‘누군가를 위한,’ 노래를 부르던 그가 잘 지냈냐고 묻는다.
노래 제목에 넣은 쉼표가 루시드폴답다. 그래서 반갑다.
글 최정순 / 사진 제공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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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앨범이자 에세이 <모든 삶은, 작고 크다>와 함께 루시드폴이 돌아왔다. 단지 ‘안녕’이라고 하면 어쩐지 ‘굿바이’ 느낌이 나는 듯해서 타이틀곡 ‘안녕,’에 쉼표를 넣었다. 농사짓고 노래 만들고 글 쓰고 때때로 공연을 하면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지냈다. 매일 새벽 3~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챙겨 과수원에 갔다. 나무를 손질하고 비료를 뿌리고 밭일을 했다. 해를 따라 일하고 해가 지면 자는 일상. 농부로 네 번의 사계절을 보냈다. 과수원에서 가장 나무가 없는 자리를 찾아 창고와 스튜디오로 쓸 2층짜리 오두막을 지었다. 음악하는 이라면 으레 사랑하는 밤을 포기했다. 올해 처음으로 이른 새벽에 곡을 썼다. 곡 작업에 시간이 꽤 걸렸다. 일상의 자신에서 빠져나와 음악하는 자신으로 바꾸기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그였으니 강도 높은 농부의 일상을 벗어나는 대가가 따를 수밖에.

 
가장 먼저 쓴 곡이자 올해 부활절 전야에 완성한 ‘부활절’을 비롯해 팬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나무와 벌레와 더 친해졌다고 근황을 전하는 ‘안녕,’ 태풍이 몰아치는 섬에서 당신의 집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폭풍의 언덕’, 삼나무숲에 죽은 새를 묻어주고 오던 기억으로 만든 ‘그 가을 숲속’, 가뭄에 내린 단비를 반기는 농부의 심정이 절절한 ‘한없이 걷고 싶어라’, 바닷가에서 자란 그가 바다로 돌아온 감회를 담은 ‘바다처럼 그렇게’, CD에 포함된 보너스 트랙 ‘밤의 오스티나토’ 등 아홉 곡을 담았다. 노래에는 오두막 작업실이 주는 울림은 물론 녹음 당시 창밖에서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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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이 ‘노래하는 집’이라 이름 붙인 오두막에서 완성한 이번 앨범은 엔지니어로서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미선이는 생애 첫 앨범이고, 1집은 첫 솔로 앨범, 4집은 전업 뮤지션으로서의 첫 앨범, 6집은 프로듀서로의 첫 앨범이다. 앨범과 노래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루시드폴에게 지난 앨범은 곧 그의 과거다. 노래에 귀 기울이는 이들에게 보답하려는 마음을 눌러 담아 앨범에 귤을 끼워(!) 보내거나 동화책을 펴냈다. 이번 앨범은 수필집이 되었다. 그간 400자, 800자, 1600자 원고지에 썼던 수필을 묶은 것인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가사와 잘 맞아떨어졌다. 곡을 쓰는 마음부터 녹음 과정과 그 무렵에 쓴 일기, 공간 이야기 등 일상에서 마주친 작고도 큰 삶의 기록이다. 2년간 그와 아내가 찍은 사진도 실었다. 사진을 보기에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를 고민하다가 지금의 큼직한 판형을 선택했다. 농부 가수답게 농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었는데, 비료는 언제 무엇을 뿌리는지부터 나무와 새, 벌레 이야기까지, 방대하고 섬세하다. 그리고 책 뒤표지에는 CD를 넣었다. 글과 함께 듣는 이와 음원만 듣는 이의 취향을 생각하며 CD와 음원의 곡 순서를 달리했다.

 

가사에 쓴 말마따나 그는 얼굴이 조금 더 탔고, 거울 속 모습이 낯설 때가 있긴 해도 침묵이 더 편해졌다. 올해 과수원의 귤이 친환경 인증을 받아서 기쁘고, 비록 나무가 해걸이를 하는 탓에 귤을 많이 맺지 않아 사람들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지금이 더없이 좋다. 흙빛 커버를 입은 그의 앨범에 쓰인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나지막이 되뇌어본다. 쉼표가 있는 자리에선 나도 모르게 큰 숨을 들이쉬고 다음 말을 담는다. 작고 크다. 모든 삶은, 소중하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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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 Fall is back with his eighth album, Living Small and Tiny Farm. Farming, producing, writing, and holding the occasional concert have kept him busy. Every day started with a visit to the orchard at three or four in the morning. Trees needed to be trimmed and treated with a self-made fertilizer. He has been a farmer for four years. In the orchard, he built a twostory warehouse and studio lodge where he has been writing songs at night. The daytime hours were dedicated to field work. It took time and energy for him to transform from being a farmer to being a musician. The life of a farmer is intense and compensating with writing songs took quite some time.

 

The album features nine tracks, including the title song Hello as well as Wuthering Heights, In the Woods that Autumn, Just Like the Sea. All the lyrics and sounds revolve around islands, oceans, and woods – Mother Nature. Lucid Fall produced the album in the studio that he built in his orchard. One can hear the sound echoing inside the lodge and the bugs outside his window like background instruments. He named the lodge “Singing House”. Living Small and Tiny Farm is also his first project as a sound engineer. According to the artist he put his everything in it, his earlier works belong to the past. The album is made in essay style, the song manuscripts fashioned into a book with the CD in the back. Also included are journal entries and photographs that describe the production process. The book talks extensively about farming, about when and what to use as fertilizer, and about trees, birds, and bugs.

 

The artist is happy because the tangerines he grew were certified as eco-friendly. Unfortunately, this year didn’t produce as many as the last, which is why he can’t share them with other people. Nevertheless, he is most satisfied with his life right now. I ruminated over his album’s title, Living Small and Tiny Farm. Small things cumulate and form a bigger life. And every life is precious and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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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소개 부탁드립니다.
루시드폴입니다. 얼마 전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냈고, 연말까지 제주와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8집 발매 공연 ‘읽고, 노래하다’를 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무렵에 서울 공연이 있고요. 앨범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농사를 짓습니다. 
 
  
음반과 에세이를 결합한 ‘에세이 뮤직’ 형식이 독특하네요.
책 형태였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어요. 또 CD를 내야 하나, 싱글을 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CD에 들어간 부클릿을 확장한 ‘책’을 생각하게 됐죠. 거기에 제가 그동안 찍은 사진, 영상 등 미디어를 결합하면 더 풍성해질 테고요. 글 형태도 처음부터 에세이로 정하진 않았는데,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글을 컴퓨터가 아닌 원고지에 쓰더라고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안 쓴지는 좀 됐어요. 가사 노트도 따로 없죠. A4 용지가 가장 좋더라고요. 글을 죽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이런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거든요. 컴퓨터로는 지우면 흔적이 남질 않아서요. 노래를 만들다 보면 종이 뭉치가 쌓여요. 그걸 보면 노래가 얼마나 완성됐는지,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요. 글을 쓰려고 원고지를 모았는데, 수필을 쓰기에는 400자 원고지가 제일 좋았어요. 이렇게 노래를 만들고 글 쓰는 꼴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최근 과수원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어요.
기쁜 한편으론 이제 시작이다 싶어요. 처음부터 친환경 농사를 생각했어요. 인증 심사에 대비해 2년 동안 쓴 농사 일지와 농사 관련 구입 물품 리스트를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했고, 화학비료 기준량 등 기술 검정 심사를 받았어요. 담당자가 저희 밭과 창고를 방문해 덜 익은 열매를 1kg쯤 따서 잔류 농약이 있는지 검사했어요. 320종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 통과예요. 얘기로 들으면 까다롭죠. 그런데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까다로울 것이 없어요. 1년마다 재심사받고 갱신해야 해요. 5년 이상 되면 친환경 인증에서 유기농 인증으로 단계가 올라가고요.
 
 
 
농부와 뮤지션을 병행하는 일상은 어떤가요.
여름에는 3시, 겨울에는 5시에 일어나요. “아, 오늘 늦잠 잤다!” 하면 오전 7시쯤이에요.(웃음) 저녁 7~8시쯤 잠들고요. 예전에는 밤 작업을 많이 했지만, 제주에서는 자정을 넘긴 적이 손에 꼽아요. 저는 곡을 쓰고 녹음하려면 일상에서 ‘모드’를 바꾸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요. 그래서 앨범을 2년마다 한 번 내는데, 한 해 동안 모으고 한 해 동안 만드는 식이죠. 나무가 이번 해에 열매를 많이 맺으면 다음해엔 덜 맺는데, 이걸 해걸이라고 하거든요. 저도 나무처럼 해걸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또 제가 곡 작업하느라 농사를 쉬면 아내 혼자서 해야 하니까 시간을 잘 써야 하죠. 그리고 저의 유일한 레크리에이션은 목욕 가는 거예요.
 
 
 
제주는 어떤 의미인지요.
이곳은 제가 살고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 참 좋아요. 사람은 여러 타입이 있잖아요. 어떤 상황에서 계속 참는 사람이 있고, 역치를 넘어간다 싶을 때 대안을 찾는 사람이 있죠. 저는 후자예요. 왜인지, 어떤지 저에게 예민하게 물어봐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빨리 솔루션을 찾으려고 하고요. 그래서 서울을 떠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예민하게 물어봐요. “지금 괜찮니? 만족해?” 하고요. 그럴 때, 지금 저에게는 다른 답이 없어요. 만족해요. 너무 좋아요. 잘 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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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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