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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age
아름다움을 위하여
위미리 마을
2018.03.22

본문

 

아름다움을 위하여 - 위미리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으레 위미리가 생각났다.
온통 벚꽃으로 뒤덮이는 그곳에서 벚꽃비에 흠뻑 젖고 싶었다.

 

글 유주연 / 사진 이성근 / 그림 렐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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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앤베하(사진:이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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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위미리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제법 따뜻해진 햇살이 고요한 버스 안으로 스며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봄이 오는 제주라지만, 위미리는 봄이 더욱 성큼 오는 듯하다. 그렇게 위미리를 찾아온 봄은 한라산을 타고 제주시로, 그리고 육지로 서서히 배어들었다. 탁 트인 서귀포 바다와 범섬을 바라보며 버스는 천천히 마을로 향했다. 도로 위로 떨어진 벚꽃잎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커다란 벚나무가 만든 터널 앞에서 버스가 멈췄다. 부푼 마음으로 마을에 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꽃향기가 아닌 바다내음이었다.

그 내음을 따라간 곳에는 조그마한 항구가 있었다. 바다 위에는 무인도인 지귀도가 보였다. 위미리는 겨울철 계절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해안마을이다. 그 덕에 해녀들은 풍부한 해양자원 틈에서 물질을 하고, 어부들은 옥돔이나 자리돔 등 다양한 생선을 낚는다. 게다가 바다를 따라 용천수가 나는 덕에 짙푸른 바다는 마을의 오랜 버팀목이었다. 바다를 뒤로 하고 얄팍한 오르막을 올라 다시 벚나무가 가득한 길로 돌아왔다. 흩날리는 벚꽃잎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커다란 감귤창고가 여기저기 보였고, 겨우내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나무들도 빼곡하게 늘어섰다. 한 아름 피던 벚꽃이 야속하게 져버려도 위미리는 늘 섭섭하지 않다. 벚꽃이 지나간 자리에는 귤꽃들이 잔뜩 피어나고, 날이 추워지면 붉은 동백꽃이 마을을 뒤덮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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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내내 꽃과 열매, 그리고 바다로 풍요로운 마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 그래서 마을 이름도 위하다 위에 아름다울 미, 위미(爲美)다. 마을의 지형이 소가 누워있는 형태를 닮아 ‘우미’라 불리다 지금의 ‘위미’가 되었다지만, 그보다는 마을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마음이 간다. 벚꽃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발에 무언가가 툭 닿는다. 통째로 떨어진 동백꽃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꽤 짓이겨진 모양이지만 여전히 붉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어쩌면 지난 계절은 가버리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봄에도 이따금씩 겨울바람이 불고, 여름 냄새가 나고, 가을하늘이 되곤 했다. 꽃피는 마을 위미는 사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줄 터다. 아름다움을 위하여 존재하는 마을이므로. 여름과 가을, 그리고 다시 찾아온 겨울에도 서귀포 바다를 따라 남실대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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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름다움이 언제나 남실대는 마을, 위미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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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진


자기소개 해주세요. 위미초등학교 3학년 강예진이에요. 마을에 꽃이 참 많이 피지요. 봄이면 창 너머로 온종일 벚꽃비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처음엔 글씨 쓰는 저(베하)만의 작업실이었는데, 남편을 만나고 둘만의 공간이 됐어요. 남편 해리는 레고작업을 하며 창작 전시를 준비 중이랍니다. 겨울에는 빨간 동백꽃이 피고 봄에는 벚꽃이 펴요. 저는 벚꽃이 더 좋아요. 5월이면 귤꽃도 피는데, 귤꽃 향기도 맡아봤나요. 음, 잘 모르겠는데 엄마아빠 귤밭에서 일 도왔을 때 맡아본 것 같아요. 귤밭에서 어떤 일을 도와드렸나요. 언니오빠랑 컨테이너 나르는 일을 했어요. 예전에는 귤도 땄는데 이제는 엄마가 귤 따는 건 못하게 해요. 친구들이랑은 주로 어디서 놀아요. 학교 운동장에서 모래장난하는 거 좋아해요.봄이 되면 학교 주변에도 벚꽃이 가득 피는데 벚꽃도 주워서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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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홍


3년째 위미2리의 이장직을 맡고 계시다고요. 이름마저 아름다운 위미리의 이장으로 지낸지도 벌써 그렇게 됐네요. 요즘은 32년된 복지회관 대신 새 공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요. 작년 겨울부터 태양광발전사업도 진행하고 있고요. 마을 자랑 부탁드려요. 위미리는 벚나무 가득한 태위로를 따라 1리부터 3리까지 길게 뻗어있어요. 봄이 되면 그 길 가득 벚꽃이 얼마나 예쁘게 피는지 몰라요. 꽃길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을의 끝자락에 다다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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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남


어업에 종사하고 계시지요. 배를 타기 시작한 지도 어언 40년 이나 되었네요. 위미바다의 특징이 있을까요. 바닷마을치고는 바람이 잔잔하죠. 덕분에 조류가 무척 완만해 낚시터로는 아주 제격이에요. 봄철의 위미바다에는 어떤 생선들이 서식하고 있나요. 참돔이 많아요. 이른 봄에는 부시리도 볼 수 있고요. 제주에서는 옥돔을 생선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는데, 이 귀한 생선이 위미바다에 많이 서식하고 있답니다. 봄이 되면 꽃구경하러 마실 나오시는지요. 부러 꽃구경하러 챙겨 나오지 않아도 지천이 꽃밭인걸요. 그런데 이 동백나무군락지는 참으로 오랜만에 와보네요. 이곳은 꽃이 져도 운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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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넘실대는 책방 라바북스
주인장 재유 씨가 고심 끝에 서가에 책을 채워 넣은 지도 어느덧 2년째. 이곳의 서가는 그를 그대로 빼닮았다. 재유 씨와 취향이 통하는 이들이라면 이 공간이야말로 가장 안락한 공간일 듯하다. 봄이면 벚꽃 흩날리는 마을에 들어앉은 이 책방은 재유 씨의 작업실이기도 하다. 2011년부터 ‘LABAS’라는 여행사진집을 출판하고 있는 그는 지난 가을 주이킴 작가의 사진으로 이뤄진 치앙마이 편을 출간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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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싸들고 봄소풍 가요 시즌박스

벚꽃비 흩날리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말끔한 주유소가 보인다. 앗, 들여다보니 주유소가 아닌 조그마한 식당이다. 주유소를 개조한 시즌박스는 제주의 제철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덕분에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메뉴를 맛볼 수 있고, 조미료를 쓰지 않는 덕에 자극적이지 않다. 그중 수제 돈가스 세트가 인기 메뉴. 모든 요리는 포장이 가능하다. 마음이 붕 뜨는 봄날, 이곳의 맛있는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가는 것도 좋겠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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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고 따뜻한 브런치 키아스마
지난겨울 동백꽃 필 무렵, 위미리에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커다란 감귤창고를 개조한 브런치 카페 키아스마다. 진갈색의 포근한 가죽소파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곳곳에 놓인 초록 식물들로 안락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스피니치 허그’. 베이컨을 둥글게 만 뒤 그 속을 달걀과 시금치 등으로 채웠다. 톡 터지는 달걀과 고소한 베이컨의 조화가 몹시 훌륭하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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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이곳으로 와요 콴도제주
위미리의 감귤이 더 달콤한 이유는 유난히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덕일 것이다. 감귤밭 품에 안긴 콴도제주의 객실들은 정남향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객실에는 언제나 따사로운 햇볕이 스며든다. 포근한 햇살을 숙소에 담고자 고집한 결과다. 객실 안의 탁 트인 창 너머로는 탐스러운 감귤밭과 평화로운 위미항이 한눈에 담긴다. 너른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이불삼아 까무룩 잠들고 싶은 공간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151번길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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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하고 따뜻한 하룻밤 소이연가
그렇게 된 까닭이라는 뜻인 ‘소이연(所以然)’에 노래 가(歌)를 덧붙였다. 언제나 떠오르는 좋은 노래처럼 찾는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픈 바람을 담았다. 서울에서 바쁜 일상에 쫓기던 이들 부부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주로 내려왔다. 정성 들여 조식을 준비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객실마다 거실의 큰 창을 통해 프라이빗한 테라스로 나갈 수 있으며, 포켓스프링 매트리스가 마련된 침대는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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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고마담게스트하우스
한적한 위미리 골목 어귀에 컬러풀한 외관의 가정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 사이에 손맛 좋기로 이름난 주인장, 고마담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이 집의 매력 포인트는 고마담표 심야식당. 숙소동과 분리된 공간에서 저녁 즈음에 심야식당이 열린다. 메뉴는 그날그날 바뀌며 고마담이 자신 있는 요리들을 선보인다. 재료만 있다면 게스트가 요청하는 음식도 거뜬히 만들어낸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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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풍미의 치즈가 듬뿍 라라클렛
큰 덩어리의 라클렛 치즈를 녹여 감자나 피클에 싸먹는 스위스 요리 ‘라클렛’이 제주의 식재료로 재탄생했다. 이 집의 라클렛은 제주에서 자란 흑돼지와 감자를 튀겨낸 뒤 고소한 치즈를 듬뿍 얹었다. 감칠맛을 돋우는 네덜란드산 고다치즈는 쿰쿰한 냄새가 덜하고 맛이 부드럽다. 매일 일정 수량만을 준비하고 있으며 영업 시작 전 SNS를 통해 공지하고 있다. 짙푸른 위미바다가 한눈에 담기는 창밖 풍경이 라클렛을 더 맛나게 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 2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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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닮은 따뜻한 공간 럭키블루 위미
위미 마을의 단정한 분위기를 닮은 카페.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는 이 집 주인장이 직접 작업했다. 카페를 오픈하기 전, 공간을 채우고 있던 폐자재들을 리사이클링 해 곳곳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달콤 쌉싸래한 자몽청을 비롯해 모과, 유자, 한라봉청은 모두 직접 담그고 있다. 음료 주문 시 2000원을 추가하면 맛볼 수 있는 치즈인토스트는 은근히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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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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