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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진다
제주 밤하늘 사진 전문가 우광술의 별 이야기
2018.03.22

본문

 

 

별이 쏟아진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찬란한 은하수와 반짝이는 별들.

여름밤, 우리가 기꺼이 집밖으로 나가야할 이유다.

 

글 / 사진 우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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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밤 찍은 사진으로 왼쪽 나무 위에 밝은 별이 시리우스, 정자 위로 나란히 보이는 밝은 별 셋은 오리온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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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숲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제주에서라면 다르다. 조금만 시외로 벗어나면 탁 트인 하늘과 녹색의 초원이 펼쳐지고, 도시의 밤하늘에선 흔적을 감췄던 무수한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누군가 ‘제주에서 별을 보려면 어디로 갈까요’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중산간이라 말하겠다. 그중에서도 사방이 탁 트이고 불빛이 거의 없는 곳이라면 더욱 좋다. 의외로 제주의 여름밤은 낮 동안의 맑은 하늘에 비해 별보기에 좋은 여건은 아니다. 바다에 떠 있는 무수한 고깃배들의 불빛으로 인해 밤에도 바닷가가 대낮같이 환하기 때문이다. 한치잡이, 갈치잡이 배들이 밝히는 빛을 ‘광공해(빛공해)’라고 하는데 별빛마저 가릴 만큼 환하다. 비슷한 이유로 중산간 지대는 골프장이 뿜어내는 빛 때문에 별 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래도 도시의 밤하늘보다는 많은 별들을 만날 수 있지만 가급적 밤 10시 이후 중산간의 불이 완전히 꺼진 뒤 찾아가길 권한다.

별도 계절을 탄다. 여름철에 별을 제대로 보려면 장마철을 피해야 한다. 일기변화가 적고 대기가 안정적이어야 별이 잘 보이는데,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가 딱 좋은 시기다. 가을로 들어서면 하늘이 더 맑아지고 수증기도 줄어들어 별빛이 더욱 선명해진다. 초저녁부터 많아진 습기로 인해 수증기가 내려앉은 새벽이 특히 좋다. 겨울은 공기가 건조하고 화려한 별자리도 많은 계절이라 유독 별이 총총하게 보인다. 반면 악조건도 많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구름이 낀 날이 많은데다 기온이 낮아 밖에 오래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특히 한두 시간 후의 기상상황도 예측하기가 힘든데, 한라산이라는 영험한 산의 기운으로 동서남북 기후가 다 일정하지 않아 더더욱 그렇다. 대신 날이 흐려 제주시내에서는 안 보이던 별이 서귀포로 이동하면 보일 수도 있으니 희망을 가질 것. 봄은 가을과 날씨가 비슷하지만 밤은 가을보다 변화가 심하다. 그런 이유로 제주에서 가장 선명하게 별을 보기 좋은 계절은 겨울이지만 조건 맞는 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런 날씨 속에서도 어쩌다 한 번씩 풍랑주의보로 바다에는 배들이 없고 하늘도 맑은 날이 있는데 이런 밤에는 쏟아질 듯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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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보이는 은하수

 

여름밤의 별자리
밤하늘의 별 촬영은 습도와의 싸움이다. 습도가 높으면 카메라렌즈에 이슬이 서려서 초점이 흐려진다. 그나마 겨울은 습도가 적어서 좀 더 오래 촬영이 가능하고 별들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서 겨울을 별보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름밤에는 낭만이 있다. 무더위를 피해 밤바다나 산에서 캠핑을 즐기는 동안 가끔 한번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서쪽하늘을 바라보면 유난히 반짝이는 두 개의 별이 눈에 띈다. 금성과 목성이다. 북쪽하늘에는 그 유명한 북두칠성이 위치해 있는데, 보통은 큰곰자리만 볼 수 있다. 남쪽 밤하늘에는 전갈자리가 있다. 꼬리부분에서 하늘 위로 올라오는 은하수를 따라 올려다보면 머리 위쪽에서 빛나는 밝은 별 두 개가 보인다. 거문고자리 알파별 베가(Vega)와 독수리자리 알파별 알타이르(Altair)다. 흔히 이 두 별을 견우와 직녀라고 한다. 간혹 옛날 지도에서는 염소자리 베타별 다비흐(Dabih)를 견우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 위로는 십자가 모양의 백조자리가 있다.
여름밤의 하이라이트는 단언컨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다. 보통 7월 23일부터 8월20일 사이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 쇼를 감상할 수 있다. 유성우가 가장 많은 날은 8월 13일 15시 정도로, 최고조에 달하는 때가 낮 시간이라 우리나라에서는 12일과 13일 밤을 노려야 한다. 매해 떨어지는 유성우 수는 조금씩 달라지며 천문사이트를 이용하면 올해의 예측치를 볼 수 있다. 시간당 떨어지는 유성 수(ZHR)는 60~70개 정도지만 아쉽게도 실제로 볼 수 있는 개수는 적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와 함께 삼대 유성우로 꼽히는 쌍둥이자리와 용자리요타(사분의자리)는 겨울철에 관측할 수 있는데,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적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겨울 밤하늘에는 구름이 많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유성우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앗! 하는 순간 지나가는 유성우에 소원을 비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죽하면 가장 많은 소원이 “앗!”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다 있을까.
여름철 제주에서는 비바람과 함께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맑은 하늘이 펼쳐진다. 그런 날 밤은 최고의 별들을 볼 수 있는 겨울하늘에 비할 데 없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별들을 보여준다. 문득 바라본 밤하늘에서 우아하게 은하수를 날고 있는 백조를 꼭 발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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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카메라로 촬영한 겨울 밤하늘. 전천카메라는 초광각렌즈를 장착하여 반구상의 시야가 촬영되며
지평선을 포함한 하늘 전체를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이다. 풍차 위쪽 10시 방향으로 가장 크게 보이는 별이 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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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천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가운데 희미하게 흐린 듯 펼쳐진 것이 은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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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시간 동안 별들의 움직임을 찍은 사진. 별이나 태양, 달을 오랜 시간 담으면 선으로 찍히는데 이런 사진을 ‘일주사진’이라고 한다. 북극성을 화면 중앙으로 담으면 동그란 원이 되고, 동쪽이나 서쪽을 담으면 이런 형태로 보인다. 남쪽에서 담으면 올라갔다 내려오는 반원이 되며 이러한 일주사진은 위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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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제대로 보기 위한 준비물

모기 기피제 귀찮게 달려드는 모기를 쫓기 위한 것. 덤으로 진드기까지 퇴치해줄 제품이면 더욱 좋다.

별자리판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제주의 중산간 지대는 간혹 전화가 안 되는 곳이 많아 스마트폰 어플보다는 별자리판이 요긴하게 쓰인다.

손전등 깜깜한 밤길을 안전하기 걷기 위해 조그만 손전등도 챙길 것. 적색 셀로판지를 불빛 앞에 가려서 사용하면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어 별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별자리 어플 증강현실 기능이 있는 별자리 어플은 스마트폰을 하늘에 대면 위치에 따라 별자리가 표시되어 편리하다.

우광술(쿠살)
우도에서 태어난 제주 토박이. 본래 직업은 목수이지만 땅보다 하늘을 더 많이 보고 사는 제주 밤하늘 전문 사진가이기도 하다. 이름보다 ‘쿠살’이라는 닉네임이 더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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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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