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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일러스트레이터&여행작가 문신기
제주마씸
2018.03.22

본문

일러스트레이터&여행작가 문신기

         

섬의 소년이 섬에 의한, 섬을 위한 진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글 하민주 / 사진 이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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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기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하얀색이 더 독하다는 한라산소주 ‘노지 것’ 같은 그의 작품은 투명한 맛이 있다. 어느 잔에 담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내는 것. 층층이 쌓인 경험이 다양한 변주를 가능케 하는 듯하다. 서귀포가 고향인 그의 유년시절을 줄곧 따라다녔던 것은, 수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물음. 섬 소년의 숙명과도 같았던 질문은 일생을 관통하고 삶을 움직이게 했다. 이 섬도 근사하지만 바다 밖에는 더 근사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섬에서 태어나 지낸 지 스무 해가 되던 때 원하던 육지로의 첫 발을 내딛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차게 떠났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틈나는 대로 세계 각국을 쏘다녔다. 강렬했던 첫 번째 여행지 인도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타이, 라오스, 뉴질랜드 등 낯선 땅을 두루 밟았다. 특히 호주의 깊은 내륙, 애보리진 아트센터에서 원주민들의 그림을 도왔던 경험은 제주와의 끈을 일깨워주었다. 무채색에 가까운 호주의 깊은 사막에서 원주민들이 그리는 그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화려했다. 자연의 감각이라는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몸에 배는 것이 아닐까, 제주의 자연으로부터 얻은 감각이 몸속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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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꿈꾸었던 세계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수평선 너머 세계는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부조리함, 불공평은 세계의 일부였고 그야말로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어깨와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그림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간이 가고 부딪히며 힘으로 버티는 것과 부드럽게 꺾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는 법도 배웠다. 차라리 잘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하자, 본인에게 맞는 역할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막 어른이 되는 참이었고, 화풍이 크게 바뀌는 시점이기도 했다.
여행의 끝, 프랑스 파리에서는 8개월가량 머물면서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배우고 그렸다. 혹독한 사춘기와도 같았던 20대의 마지막 여행 이후, 아물고 난 상처 딱지와도 같은 글을 써서 무작정 출판사에 보냈고, 그렇게 나온 첫 번째 책이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 여행을 하며 느낀 하나의 세계를 소화시킨 것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왔다. 먼 여행 끝에 돌아온 제주도는 많이 다르고 여전히 같았다. 달라진 건 결국 그 자신.
유년시절 제주에서의 기억들이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휘저었던 20대의 여행을 통해 부유물처럼 떠다니다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정제되어 간다. ‘제주’라는 개별성에 ‘세계’라는 보편성이 더해져 하나의 ‘무엇’이 완성된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이 섬이 곧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깨닫는 여정은 꽤 멀고 길었다. 그는 제주를 새롭게 느끼면서 제주를 그리고 쓰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비로소 섬의 소년이 섬에 의한, 섬을 위한 진짜 그림을 시작한 것이다. 비로소 진짜 제 주 마 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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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고,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2 작품들을 소개해주세요
글과 그림 모두 여행을 주제로 작업합니다. 글은 주로 여행에 관해 쓰고 이미지 작업은 여행지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과 가치들을 가지고 작업합니다. 세상과 우리 그리고 나에 대한 질문을 글 혹은 그림에 담고 있습니다.


3 어떤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창작의 과정을 말해주세요.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행위를 한다기 보다는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자료를 찾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합니다. 외부의 세상이 내 안에서 소화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생각이 더해져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4 작품을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각 작품마다 다릅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 년이 걸리는 것도 있습니다.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이 작업의 속도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5 작업실을 소개해주세요
3층 건물, 옥탑방입니다. 돈이 없다는 거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만 바비큐와 술 한 잔하며 이야기하기 좋은 곳입니다. 제주의 작업실이라면 바다가 보이거나 산이 보여야 할 것 같지만 서귀포 도심 속 조용한 동네 서홍동에 있습니다. 가끔 늦은 아침에 일어나면 옆집 할머니가 한심하게 쳐다보시기도 하지만 작업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놀러오세요 두 손은 무겁게.


6 제주는 당신에게, 혹은 당신의 작품에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것이 제주도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주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 것 입니다. 제주는 저를 키워준 땅입니다. 어릴 적에는 섬이란 폐쇄성 때문에 이곳을 떠나는 것이 목적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세상을 여행하게 되고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에서의 상상력은 모두 제주도에서 배웠던 자연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바다 혹은 오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7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함께 이야기하면서 한라산(노지 하얀 거)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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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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