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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제주도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고사리 로드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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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제주도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제주 사람들의 봄의 절정을 고사리와 함께 보낸다.
벚꽃엔딩의 무렵인 4월 초부터 마을 아낙들은 죄다 중산간의 들녘으로 달려간다.
글 고선영 / 사진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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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장마라 불리는 봄의 안개비 속을 헤집고 땅으로부터의 선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더듬는다. 안개비가 키워낸 제주 고사리 맛은 예술이다. 온 마을이 텅 비고 늦은 오후 동네 목욕탕에 들어앉은 여자들은 은근슬쩍 서로의 고사리 수확량을 묻곤 한다. 물론, ‘선수’들끼리 정확한 위치 정보를 나누지는 않는다. ‘고사리 많이 나는 곳은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가 이유를 대신한다. 제주 고사리는 비싼 값에 팔린다. 고사리 좀 따는 사람들에겐 이 계절의 벌이가 꽤 쏠쏠하다.

 

음지에서 자생하는 양치식물 고사리는 특히 제주 한라산 일대에 많다. 이른 봄 땅을 밀고 올라온 새싹 끝은 돌돌 말렸고 보송한 솜털에 덮였다. 그 모습이 앙증맞은 어린아이의 움켜쥔 손이나 귀여운 고양이의 발처럼 보인다. 제주도 고사리를 ‘벳(볕)고사리’와 ‘자왈(숲)고사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서식지에 따른 구분인데 햇빛이 잘 드는 들판에서 자란 벳고사리는 키가 작고 가늘다. 워낙 빨리 자라 하루 이상 자라면 먹을 수 없다. 반면 고사리가 좋아하는 가시덤불에서 자라는 자왈고사리는 자루가 굵고 윤이 반질하다. 제주에서 고사리는 가정에서 꼭 보관해 두고 먹는 필수 나물이다. 잘 말려둔 고사리를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삶아 양념해 먹는 ‘고사리탕쉬’는 제주의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다. 이 섬에는 ‘3월 되면 해촌 사람들은 고사리 볶은 거 얻어 먹으레 온다’는 말이 있다. 제주의 바다풍경을 읊는 민요 ‘오돌또기’에는 ‘제주야 한라산 고사리 맛도 좋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만큼 제주 고사리가 맛나다는 이야기다.

 

고사리를 맛나게 무쳐놓고는 고기 반찬과도 안 바꾼다며 큰 소리 친다. 제주 속담에 ‘고사리는 아홉 성제(형제)다’라는 말도 있다. 봄에 돋아나는 고사리 줄기는 한 번 꺾이면 계속해서 아홉 번까지 다시 돋아나는 것에 빗대어 집안마다 자손이 강하게 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랄 때 이렇게 이야기 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고사리는 열을 없애고 이뇨에 좋다고 한다. 칼륨과 칼슘이 풍부하고 면역에 관계하는 성분이 많아 몸에 이롭다. 말린 고사리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보릿고개 시절엔 구황작물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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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박아무개(58)는 요조금 들엉 아칙좀이 하영 쭐었수다. 인칙 밥 먹엉 배낭이영 앞치마, 장갑 촐령 간디는 집 조끄테 오름쪽 목장인디예, 요조금 들엉 고사리철 시작해부난 매날 출근 햄수다. 아칙부터 고사리 타당보민 이 이녁 대맹이 우에 곰방 떠부러마씸. 각시가 가졍온 과일 허고 지실 깎앙 먹으멍 부지런히 타당보민 가졍온 배낭하고 앞치마에 고사리가 득 차마씸. 집에 왕도 쉬질 못햄수다. 탕온 고사리 조은 마당이 널어놔야되 마씸. 꼬들꼬들 몰른 고사리는 반찬이나 식게 때 쓰젠허는거 빼고는 다 육지이신 친구신디 보낼 거우다. ‘고사리 장마’가 시작 되수다. 고사리가 비 맞으멍 쑥쑥 자란덴 행 곧는 말이 주게마씸. 물질도 하멍 농사도 짓는 해녀들은 고사리가 잘 자라민 바당에 해초들도 잘 된덴 행으네 '고사리 좋은 해 메역 풍년 든다' 렌 햄수다. 여행자렌 하민 요조금에 열리는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에 강하영이신 고사리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음직 한게마씸. 경헌디예, 막 풀이영 낭 우거진 곶이나 중산간에서 고사리 꺾당 길 잊어부렁 실종되는 사고가 매년 일어난댄 허난 주의해살꺼우다. 고사리 타레 갈 때는 두 사람이상이 고치 가거나 휴대폰이나 호루라기를 들렁 가는 게 좋음직 허우다. 경허고예, 비닐봉지 들렁 가시면 꼭 잊지말앙 촐령 와야 합니다예. 목장지대에 비닐봉지 날라가민이나 소에 잘도 안 좋을 수 이서마씸.”

 

제주시 애월읍 박아무개(58)씨 부부는 요즘 들어 아침잠이 더 줄었다. 일찌감치 식사를 하고 배낭과 앞치마, 장갑 등을 챙겨 나선 곳은 인근 오름의 목장 지대. 며칠 전부터 시작된 고사리 시즌을 맞아 거의 매일 출근하는 중이다. 새벽녘부터 고사리를 꺾다보면 금세 해가 머리 위에 떠오른다. 아내가 싸온 과일과 감자 따위로 요기를 해가며 부지런히 허리를 굽히다 보면 어느새 가져간 배낭과 앞치마에 고사리가 가득찬다. 집에 돌아와도 쉴 틈이 없다. 얼른 삶아 볕 잘 드는 마당에 널어두어야 한다. 꼬들꼬들 말라가는 고사리는 반찬이나 제사 때 쓸 것을 빼고는 육지에 살고 있는 동기들에게도 보내질 것이다. ‘고사리 장마’가 시작됐다. 비를 맞으면 고사리가 쑥쑥 자란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물질도 하고 농사도 짓는 해녀들은 땅 위 고사리가 잘 자라는 해에는 바다 속 해초류도 풍년이 든다는 말에 빗대 ‘고사리 좋은 해 메역(미역) 풍년 든다’고 말한다. 여행자라면 이맘때 열리는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에 참여해 다양한 고사리관련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한편 수풀이 무성한 중산간 지역에서 고사리 꺾기에 열중하다 길을 잃어버려 실종되는 사고가 매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고사리 꺾기에는 두 사람 이상이 함께 가거나 휴대폰과 호루라기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또 사용하지 않은 비닐봉지는 반드시 가져오도록 한다. 목장지대로 날아든 비닐은 소나 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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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채취 관련 주의사항


1. 장갑과 장화 또는 각반(스패츠)을 꼭 준비한다. 고사리밭은 가시덤불 속에 있을 수 있으며 뱀이 있을 수도 있다.
2. 반드시 경험자와 동행한다. 중산간 일부 지역에선 휴대전화가 불통일 수 있으므로 길을 잃거나 일행과 떨어졌을 경우를 대비해 위치를알릴 수 있는 호루라기를 준비한다.
3. 휴대전화 배터리는 충분하게 준비하고 반드시 해가 지기 전 채취를 마치도록 한다.
4. 만약 길을 잃었을 때 위치를 설명하기 힘들다면 가까운 곳에 전봇대 혹은 ‘국가지점번호’가 적힌 푯말이 있는지 찾을 것. 모든 전봇대 등에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고유 번호가 적혀 있다.
5. 출발 전 미리 스마트폰 ‘119앱’을 다운받는다. 119앱 사용시 GPS를 통해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119상황실로 전송된다.
6. 미리 고사리 관련 기본 지식을 알고 필요한 양만큼 채취하도록 한다.
7. 대부분의 산나물이 미량의 독성분을 함유했다. 고사리 역시 마찬가지.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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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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