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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열대의 섬에서 불어온 달콤한 바람
제주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작물에 관한 관찰기
2018.03.20

본문


아,

열대의 섬에서 불어온
달콤한 바람

 

 대한민국 기후변화의 최전선으로 여겨지는 제주의 농작물 지도가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다. 망고와 블루베리, 키위와 레몬 그리고 커피에
이르기까지 제주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작물에 관한 관찰기.
글 하민주 / 사진 김형호 / 도움말 고승찬(제주도농업기술원 연구사)
스타일링 이현주 / 참고 기후변화홍보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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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쪽 월령리에는 손바닥 모양의 선인장이 해안을 따라 길게 군락을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선인장 군락지로 이 선인장들의 고향은 멕시코라 전해진다. 머나먼 멕시코에서 제주에 닿기까지 선인장 씨앗들은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긴 여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월령리 해안에 도착한 씨앗이 해안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리고 군락을 이루기 시작했고 이를 본 마을 주민들은 뱀이나 해충을 막기 위해 선인장을 마을로 옮겨 심었다. 시간이 흘러 월령리는 ‘선인장 마을’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멕시코 선인장처럼 수년에 걸쳐 해류를 타고 온 것은 아니지만 이국의 작물들이 최근 제주도에 속속 뿌리를 내리고 있다. 뜨거워진 기후변화 그리고 새로운 작물에 대한 수요의 증가에 맞물려 제주의 농부들이 아열대작물에 관심을 돌리는 중이다. 대한민국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제주가 후끈후끈 아열대기후가 되면서 농사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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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생각보다 많은 결과물로 나타난다. 농작물의 재배 지역과 수확기가 달라지고 바다 속 어종들이 전혀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5℃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 평균의 2배 속도에 달한다. 또 제주 지역의 해수면은 지난 50년간 26cm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평균보다 3배 높은 수치다. 한국의 기후변화 진행속도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2100년 한반도평균기온은 현재보다 6℃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우리나라는 본래 온대기후이지만, 기후 변화가 가속되면서 최근 제주도와남해안 등 일부 지역은 이미 온대가 아닌 아열대기후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한다. 아열대기후는 열대와 온대의 중간 기후로, 월 평균기온이섭씨 10℃ 이상인 달이 한 해 8개월 이상이며 가장 추운 달 평균 기온이 18℃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참고로 가장 추운 달 평균기온이 18℃를 넘으면 열대기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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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도로 기후변화를 막으려 애써야 하는 한편,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동시에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준비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려는 제주 농가에서는 새로운 작물들의 재배를 서서히 늘리고 있다.제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재배하는 아열대 작물은 참다래(키위)와 애플망고, 용과 등이고, 최근에는 아떼모야, 아보카도, 블루베리,패션프루트, 아스파라거스, 구아바 등 다소 생소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도 눈에 띈다. 과거 제주에서 대표적인 아열대과일로 바나나를재배했었는데 처음에는 고소득을 얻는 황금작물이었다가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가격 경쟁이 떨어져 폐작하는 사례가 있었던 터라 새로운작물도입에 앞서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배는 물론 소득, 유통 등을 총망라 검토하여 선택하기를 전문가들은 권한다.기후변화는 서서히 작물들의 재배지역을 이동시키고 식물의 북방한계선을 움직인다. 제주의 전통적인 특산물로 여겨지는 감귤과 한라봉은이미 육지에서도 활발하게 재배하고 있으며 2060년경에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이보급하는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에 따르면 사과는 21세기 말이면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배, 복숭아, 포도 재배 지역도2050년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쯤 되면 30년쯤 후엔 조상님 제사상에 올릴 과일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들로 채워질 법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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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아열대작물의 가격은 비슷한 수입산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예를 들어 저렴한 수입 망고와 제주산 애플 망고의 가격 차이는 최소 3~4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산 작물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무엇보다 신선하고 건강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푸드마일리지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거리를 말한다. 자연히 제주에서 생산함으로써 이 푸드 마일리지를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과일은 수확에서 도착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장기간의 이송을 위해 부패와 벌레 방지를 위한농약을 과다 사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가까워진 배송거리 덕분에 농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검역상 외국에서들여오는 모든 과일은 데치거나 혹은 얼려야 하는 방침에 따라 선처리를 하기 때문에 맛과 향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현지에서 먹을 때랑우리나라에서 수입한 과일을 먹을 때 맛이 다른 것이 그런 이유다. 제주에서의 아열대작물이 늘면서 식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농가에서는 아열대작물 재배가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 겨울철 가온 재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설 투자에 큰비용이 들고 한겨울 기온을 유지하는데도 경제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태양열이나 지열을 이용하는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다양한 방법을연구하고, 겨울철 노지에서 월동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러한 농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제주도 농업기술원이나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등 연구기관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열대작물들 중에는 기능성이나 영양 면에서 유용한 작물이 많다.천연 인슐린이라고 할 만큼 당뇨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여주(쓴오이), 비타민C의 창고인 아세로라, 세계 3대 장수식품인 올리브 등 농가들의대체 작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작물이 여럿 있다. 농민들은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작물을 만날 기회가늘어 반갑다. 더구나 먼 타국의 열매가 아닌 제주의 맛이라니 이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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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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