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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이넘이 사랑헴수다
시인 황금녀
2018.09.20

본문

 

넘이넘이 사랑헴수다 

 

국어 자모는 40자이지만 제주어 자모는 이에 2개를 더한 42자다.

현대국어에서 사라진 아래아(·) 때문인데, 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주어는 유네스코 ‘소멸위기의 언어’로 지정됐다.

원형의 태를 간직한 제주어는 어느덧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글 최정순 / 사진 이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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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금녀. 그가 조곤조곤 시를 읊자 어여쁜 말이 귀를 ‘독독’ 두드리고 금세 마음을 ‘솔랑솔랑’ 간질인다. 어느샌가 들리지 않게 된 제주어를 자신의 손과 입을 빌려 알리고 지켜야 한다고 단단히 마음먹고 글을 짓는 팔순의 시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 MBC 창사기념 문예공모 수기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껏 매일같이 책상에 앉아 펜을 쥐고 꾹꾹 눌러가며 글을 쓴다. 변하지 않은 것은 또 있다. 지난 시절만 하더라도 감히 입에 담지 못하던 그 ‘일’에 대한 기록이자 증언은 노 시인의 변함없는 글감이다. 그의 삶을, 또 섬의 삶을 맞바꾼 그날은 그가 아홉살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과 마을은 아비규환이 되었고, 삽시간에 이 섬에서 3만여 명이 죽었단다. 내 가족, 내 친척, 내 마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올레길에 수선화가 잔뜩 키를 높여 서 있던 봄날, 그날은 4월 3일이었다. 이제는 몸이 굽고 목소리도 쇠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시인의 아버지도 외삼촌도 또 외삼촌의 하나뿐인 아들도 죽었다. 그 젊은 아들의 스무 살 남짓한 아내와 5개월 된 아이가 남겨졌다. 외갓집에 놀러 갈 때마다 올레길에서부터 아기 재우는 자장가 소리를 들었다. 구슬픈 밑천은 시인을 거쳐 시(詩)가 되었다. 시 속에는 아기구덕을 흔들며 속내를 달래야 했던 젊은 며느리와, 그 며느리를 달래는 아들과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가 있다. 그들은 구덕에 누운 아기에게 너른 논밭과 허벅(물동이)을 줄 테니 어서어서 자라라고 애원 아닌 애원을 한다. 한(恨) 많은 여인들을 잊을 수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끌어안고 싶었던 시인. 그에게는 희생된 가족과 이웃보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한과 그리움이 더 커 보였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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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et Hwang Geumnyeo writes poems and children’s poem with the mission of continuously informing and protecting the Jeju language which people have not used. She was born in Jocheon-eup, Jeju-do, and became a poet after receiving an award in a literary contest by a broadcasting company in 1960. Every day, she sits at the chair and writes poems on paper. The poem’s subject is Jeju uprising. Jeju uprising, which changed her life and the fate of Jeju Island, arose when she was nine years old. Due to a massacre of civilians, the homes and villages of the Jeju people have disappeared and 30,000 people were killed. It happened in springtime when daffodils were in bloom on her way back home. Now she is over 80 years old, but the memory of that day is still vivid. Her father, her uncle, and uncle’s only son were killed. The young wife of the uncle’s son and their newborn baby survived. She heard a lullaby every time she visited her grandfather’s house. The sad lullaby became a poem to her. The lullaby contains the voice of a woman begging her baby to grow up quickly to take over mother’s fields and other valuable things. She could not forget many women who felt “Han” (deep sadness). She wanted to comfort them. Perhaps, it might have been more important for her to show remorse and longing for survivors than victims of her family and neighb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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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과거를 복기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이 아니다. 그의 시는 제주4・3에 대해 상생하고 화해하는 마음을 길어 올린다.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모두 다 피해자라. 그 사람들이 사상이고 뭐고로 죽은 게 아니라.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서로 보듬으멍 살아야지. 후손들은 그 역사를 교훈 삼아서 평화롭게 살아야지.” 그의 ‘선의’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데에는 제주어도 한몫한다. 시인에게 제주어는 제주의 삶을 저장하는 것뿐 아니라 제주인의 기억과 감정이 묻어나는 매개체다. 그의 시 ‘ㅈ,.jpg냥(절약)정신’에는 제주인의 생활상이, ‘수눔(품앗이)’에는 어떤 일이든 이웃과 함께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곱을락(숨바꼭질)’에는 아이들의 놀이가, ‘애기구덕 흥글멍(아기구덕 흔들면서)’에는 구전동요나 옛 일용품에 대한 기록과 제주의 문화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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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주어가 의태어와 의성어 표현이 풍성한 데다가 미적 감각도 뛰어나다고 말한다. 정보가 넘쳐나고 속도전으로 흘러가는 요즘 같은 때에 제주어만큼 경제적인 언어도 없단다. 서울가서 보고 왔는지 물을 때는 ‘강봥왕’이면 족하니 말이다. 말소리의 끝을 올려 “강봥왕?” 하면 물음이고 끝을 내려 “강봥왕” 하면 대답이다. 그는 간결하면서도 운율이 있는 말이니 어린이들이 가까이해서 더욱 오래 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시를 썼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제주어가 외국어처럼 들린다는 이야기에 제주어를 잘 전해 주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제주어 가운데 ‘튼내다(잊어버린 것을 생각해내다)’를 아끼는 시인의 꿈은 어릴 때 쓰던 제주어의 기억을 되살리고 끄집어내 문장의 딱 맞는 자리에 채우는 것이다. 동시집 <고른베기> <착ㅎ,.jpg둥이>와 시집 <ㄴㅁㅇ.jpg에 ㅂㅅㅇ.jpg마씀> 등이 그 꿈을 좇는 여정 속에서 세상에 나왔다.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 ‘희귀 고문자’로 제주어를 인정했다. 2010년 12월 ‘소멸위기의 언어’ 중 4단계로 구분했는데, ‘치명적으로 위태로운(critically endangered, 소멸 직전에 놓인)’ 언어다. 증조부세대 일부에서만 언어를 씀으로써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뜻이다. 그다음 5단계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언어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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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poem is not a means to bring out the past. It brings reconciliation and mutual respect for the tragic history. “We are all victims. We must comfort each other so no such things ever happen again. Let the descendants live peacefully using its history as a lesson.” She displays her good intentions in Jeju language. Jeju language is not only a medium to record Jeju’s history, but also a medium for Jeju local’s memories and emotions. In addition, she writes poems about Jeju’s old customs and culture, including Jeju’s lifestyle, community sentiments, children’s plays, etc. She says Jeju language is abundant in expressions of onomatopoeia and excellent aesthetic expressions. Nowadays, with a lot of information flowing fast, she thinks there is no language as effective as Jeju language which has many abbreviations. She wrote children's poem with concise and rhythmic Jeju expressions, hoping the children would use Jeju language more. Her goal is to recall the Jeju language used in her childhood and write it down exactly in sentence form. UNESCO designated the Jeju language as being the fourth stage of “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s” in December 2010. It means the Jeju language is only used by the older generations and it will be in danger of disappearing. The fifth stage refers to the language disappearing entirely from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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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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