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에게 고라봅서 2 > 로컬리지 | 매거진 인 iiin by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Interview
할망에게 고라봅서 2
할망상담소
2018.09.1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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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년 살아온 퐁낭(팽나무)이 군락을 이루기로 유명한 한림읍 명월리의 

할망상담사에게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거주지도 저마다인 요즘

사람들의 고민을 대신 물었다. 두 할망의 명랑 유쾌한 현답 대잔치.

 글 정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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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 듣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재주 많은 스토리텔러이자 유랑 작가. 네이티브 제주어스피커로 할망 하르방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 외에 KBS제주 <보물섬>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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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제 작은 목소리 때문에 사람들이 저와 이야기할 때 답답해하는 것 같아요.

 

A.jpg 꺼멍할망 아이고, 기냐(그러냐)? 나는 늙어부난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왕(나와서) 고민이라. 목소리 크게 곧는(말하는) 것은 연습허민 될 터주만. 이추룩(이렇게) 늙으민 목소리도 안 나

온다. 게난(그러니까) 젊을 때 할 말 다 행(하고) 살라. 목소리 크고 작은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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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길렀다 하면 매번 죽어요. 혹시 제가 뭘 잘못하는 걸까요.

 

A.jpg 꺼멍할망 우리 아들도 경허여(그래).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죽고 아니 줘도 죽는다. 물은 대낮 말고 어두워질 때 호끔(조금)씩 주라. 아파트 베란다에도 볕은 비추는데, 우리 아들도 그걸 가꿀 줄을 몰라. 썹(잎)이 질어도(길어도) 그냥 내불곡(내버리고). 호끔씩 잘랑(잘라서) 이쁘게 허지 않으민 식물도 기분 나빵 살아지크냐게(살아지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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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친구가 맨바닥에서 자꾸만 넘어져요. 서른이 넘었는데 말이죠.

 

A.jpg 꺼멍할망 그건 정신에 조금 문제가 이신 걸 수도 이시난(있으니까) 일단 병원에 강 고찌랜(고치라고) 해봐. 날 때부터 경헌거민(그런 거면) 못 고쳐. 대신 주변 사람들이 잘 거두어서

넘어지지 않게 도와줘야는 거. 운동도 시키고.

하얀할망 겐디 요즘 그런 거 해줄 사람 이시냐? 옆에서 도와줘야 안 자빠질 건디. 다 살기 바빠부난(바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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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보는 사람들마다 저에게 결혼하라고 성화예요. 하지만 저는 결혼하기 싫은걸요.

 

A.jpg 꺼멍할망 안 허켄 하는 거 어떵허여. 내불주(내버리지). 그건 지멋대로 해야 되는 거. 결혼 안 해도 좋고, 아기도 싫으민(싫으면) 아니 낳아도 좋다. 너 자신이 일단 사람이 되어야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주. 싫으민 말고 너 멋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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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요. 꿈이 없다는 건 이상한 걸까요.

 

A.jpg 하얀할망 그건 아직 어려서 그런 거. 나이 들면 꿈이 생기기도 허지만, 꿈 어시도 다 살아지매. 우리 어릴 때는 죽지 않고 살아지민(살아지면) 그게 최고라나서. 사는 것이 꿈! 살당 보민 살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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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물만 먹어도 살이 쪄서 고민이에요.

 

A.jpg 하얀할망 그건 거짓말이고 물 먹는 건 좋은 거. 쏵 내려가잖아. 솔(살) 찌는 거는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거. 송키(채소)영 과일 먹고 운동행(해서) 배가 안 들어갈 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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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부모님 생신에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요. 할머님은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나요.

 

A.jpg 꺼멍할망  아무 거라도 주민 좋지. 우리 아들이 바닥에 앉지 말고 위에 아장(앉아서) 밥 먹으랜 작은 식탁을 사 오니까 엄청 기분이 좋아. 뭐든 아무 거라도 자식이 가져오면 좋아. 난 돈 같은건 필요 어서(없어).

하얀할망 왜 돈이 필요 없습니까? 난 돈이 젤로 좋수다.

꺼멍할망 아이고, 이 할망. 죽엉 그 돈 들렁 갈꺼꽈(들고 갑니까)?

하얀할망 에~에~(no no) 난 돈 필요해. 돈 받아야 기분이 좋아.

꺼멍할망 하루살이 같은 것이 인간. 이 세상에 불 담으래(지피러) 온 것이 인간. 하루살이가 살면 며칠을 살아집니까? 가면 생전 다신 아니 돌아올 거 돈이 무신(뭔) 필요가 이서(있어)?

하얀할망 겐디(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불 담는’ 게 뭔지 알아집니까? 집집마다 성냥이 어실(없을) 적엔 옆집에서 불을 빌려 오는 거. 그걸 죽지 않게 살려서 우리 집까지 가져오는 거. 그축(그렇게) 불을 붙영으네(붙여서) 옆집에도 나누어주는 거. 그것이 불 담는 건디….

꺼멍할망 거난(그러니까) 나 말이. 불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합니까? 불 담으래 온 거랜 허난.

하얀할망 에~에~ 겅해도 난 불보담 돈이 좋수다.

꺼멍할망 허이고오. 알아수다. 몸냥 헙써(맘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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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세 살 난 딸이 아빠만 좋다고 해요. 어린아이 장난인 줄 알지만 그 말을 들으면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

 

A.jpg 하얀할망 옛날 아기덜(들)도 경해나서(그랬어). 옛날엔 아방(아빠)이 안아주질 않으난 게.

꺼멍할망 경해도(그래도) 성은 또 아빠 성을 쓴단 말이여. 못 견지게(견디게) 낳아 젖 먹이고 해도 성은 아빠 성이난(이니까) 엄마는 오죽 억울허여. 게난 옛말에 아방은 하늘 어멍은 땅이라고 헌 거라. 하늘에서 볕도 주고 물도 주고 바람을 불게 해서 우리를 살려주는디. 사람은 앉을 때도 땅 위, 누워도 땅 위라. 그런 마음으로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거주게. 거난(그러니) 아빠가 좋다고 해도 엄마가 이시난 아빠가 존(좋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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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길고양이나 길강아지를 도와줘야 할까요.

 

A.jpg 하얀할망 도와줘야지. 죽어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나? 불쌍허민 도와줘사(도와줘야)….

꺼멍할망 에~에~ 고냉이(고양이) 땜에 나가 죽어지쿠다(죽겠다). 고냉이가 너미(너무) 하난(많아서) 미웡(미워) 죽어부켄허난(죽겠다니까). 바로 옆집에 고냉이 세 개(할망들은 자식이나 동물을 세는 단위로 ‘개’를 씀), 뒷집엔 강생이 세 개, 똥냄새 낭(나서) 살 수가 없다. 지금 새끼 또 밴생이우다(밴 거 같아). 또!

하얀할망 게민 그거, 어떵(어떻게)?

꺼멍할망 그걸 무사 할망이 걱정헙니까? 그건 고냉이 어멍이 알앙 헙니다게. (이 대화는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무한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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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을 자꾸 꿔요. 밤이 무서운데, 저는 어떡하죠.

 

A.jpg 하얀할망 귀신이 조끄띠(곁에) 오랑(와서) 말 곧거나 허민(하거나 그러면) 그게 좋은 꿈일 때도 있고 나쁜 꿈일 때도 이서.

꺼멍할망 겐디(그런데) 무섭거들랑 귀신을 등지고 뒤로 확 누워. 게민(그럼) 어서지매(없어지더라). ‘귀신이왈생인 생인이왈귀신’이란 옛말이 있주게. 사람이 귀신이 있다고 하면 있는 거고 없다고 하면 없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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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 부모님 덕에 잘 사는 친구를 보면 부러워요. 남이 잘되는 걸 보면 배가 아파서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A.jpg 꺼멍할망 아무라도 놈(남)이 잘 살면 좋은 거지. 이녁이(네가) 못 산다고 놈까지 못 살면 그게 되나? 한번 왔다 가는 인생, 이녁 죽을 때까지 밥만 먹어지민 그걸로 좋지. 놈 잘 사는 거 배 아플 필요 하나 어서. 놈도 잘 사는 사람 싯고(있고) 못 사는 사람 싯고. 요즘은 못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우리 같은 할망도 일 하나 안 하고 노는데. 잘돼도 못돼도 다 같은 밥 먹고 사니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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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pg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요.

 

A.jpg 꺼멍할망 남하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살면 되는 거. 그게 일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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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제주iiin 매거진>, 2018 여름호 


 

 

 

 

 

제주바람님의 댓글

제주바람

댓글을 입력하세요그건 아직 어려서 그런 거. 나이 들면 꿈이 생기기도 허지만, 꿈 어시도 다 살아지매. 우리 어릴 때는 죽지 않고 살아지민(살아지면) 그게 최고라나서. 사는 것이 꿈! 살당 보민 살아져.
...몸냥 헙써
하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재주상회님의 댓글

재주상회

할머니들의 인생이 담긴 답변이어서 그런지 더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제품과 기사는 어떠세요?